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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규나 기자, "타인 측정은 어불성설"

기사승인 2020.08.11  15: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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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경제TV] 타인 측정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욕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한 건 지난 7월의 어느 날이다. 처음엔 여름이라 습한 기온이 위로 올라가 맺혀있다 떨어진다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은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의 시간 차가 크지 않았고, 이상하게 여긴 바깥주인이 천장을 덮고 있는 뚜껑을 걷어내었다. 맙소사 단순하게 습한 탓이 아니었다. 위층 욕실에서 물이 새고 있다는 증거를 찾은 것이다. 아파트 구조상 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건 아래층에서의 일이 아니라 위층에서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위층과 아래층, 아파트, 층간 소음, 다툼 이런 단어들이 순간 머릿속을 스친 건 가끔씩 들려오는 공동주택에서 벌어지는 사건 탓이리라.

바깥주인은 천장을 덮고 있던 뚜껑이 있던 자리에 임시 방편으로 투명한 비닐을 씌워서 고정을 시켰다. 그리고 관리사무소를 통하여 원인 규명에 들어간 결과, 위층에서 이사 들어오면서 리모델링을 한 것이 판명되었다. 다행히 위층 사람들은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이었다. 자신들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공사를 서두르기에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장마철이라 방수 공사를 하더라도 볕이 없어서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장마철이 지나고 쨍한 볕이 연이어 들어오는 가을 초입 무렵에야 가능하다며, 본의 아니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받는 쪽에서 미안할 만큼 진심을 다해 위층 거주자는 아래층 사람들에게 건넸다.

안주인인 나는 저 천장을 덮고 있는 비닐을 보면서 생각한다. 덮혀 있던 눈이 사라진 겨울나무처럼,  얽혀있는 가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저 천장의 구조물들, 세월의 얼륵무늬가 볼품없이 새겨진 천장과 아무렇게나 박혀있는 녹슨 못이 멋진 뚜껑으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내장들, 우리 사는 세상을 많이 닮았다는 ...
살이라는 부드러운 보호막으로 이루어져 추한 내장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들 삶도 마찬가지라고,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판단의 가치가 달라지는 삶, 격에 맞는 상품 포장지를 그냥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편할 것이라는 생각을 불투명한 뚜껑이 사라진 저 투명한 비닐 창을 보면서 하고 있다.

겉을 벗겨내기 전까지 저 속은 보이지 않았다. 겉을 드러낸 후 비로소 속의 구조물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었다. 속 알맹이는 보이지 않는 껍질에 둘러싸여 있었기에...
말랑말랑한 과일도 껍질에 덮여 있고,  고슬고슬 맛있는 밥도 밥솥 안에 들어있다. 그 싸고 있는 겉 뚜껑을 열어야 비로소 속을 볼 수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알 수 없다는 사람의 마음도 안에 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속을 보기에는 부족한 눈을 가진 사람들이라 그저 대부분 보이는 것만 보면서 살아간다. 하여 사람들은 타인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기 위한 삶에 매진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속이 상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법이라 어느 정도 돌출적인 행동을 보면서 타인을 가늠하기는 한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무게를 가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몸은 보이지 않는 정신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육체로 이루어져 있기에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이처럼 우리가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 그사람의 내면까지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나 조차도 제대로 알 수 없는데 하물며 타인을 어찌 맘대로 측정할 수 있단 말인가!

김규나 기자 kna7789@daum.net

<저작권자 © 연합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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