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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규나 기자, "봄은 반드시 오고야 만다"

기사승인 2020.06.26  16: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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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겨울을 딛고 피어나는 꽃이다.

봄이 힘차게 달리기 위하여 출발선상에서 준비 태세를 취하는 시점이 입춘이라고 할 수 있다.

기나긴 겨울이 42.195km를 달려온 마라톤이었다면 짧게 지나쳐 버리는 봄은 100m 달리기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의 긴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서 페이스 조정이 관건이었다면, 오는가 하면 가버리는 봄은 준비가 중요하다.
장거리 달리기는 어정쩡한 자세로 출발한다 해도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는 주어진다. 하지만 단거리 달리기는 제대로 된 자세로 긴장하며 달려야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집착하면 봄은 오지 않는다.
심리학자 케이치프 노이드의 말에 의하면 사람에게는 여섯 가지 감옥이 있는데 그중 네 번째가 " 과거지향의 감옥 "이라고 한다.
과거에 연연하면 현재를 제대로 발전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구약성경에도 과거에 집착하다 망가진 사건이 나온다.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할 때 롯의 가족에게 신은 돌아보지 말라고 멈추지 말고 앞만 보고 달리라고 했지만 롯의 아내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게 된다.
결국 과거에 집착한 순간 롯의 아내는 소금기둥이 되어 과거 속으로 묻히고 만다.

우리는 흔히 어둡고 힘든 때를 겨울에 비유하곤 한다.
이즘에서 나는 또 겨울을 과거에 비유하고 싶다.
춥고 어두웠던 과거는 흘려보내고 언 몸을 녹여줄 따사로운 볕이 그리운 까닭이다.
봄은 오고야 만다라는 말이 있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 그렇게 때가 되면 자연적으로 찾아오는 봄이지만 사람들은 늘 봄을 그리워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봄을 통하여 계절이 태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앙상한 가지엔 연두 싹이 돋아나고 무채색이던 산천은 화사하게 생동하는 계절.
그러기에 봄은 겨울을 딛고 피어나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안 좋았던 과거는 잊고 새 각오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

임형석이 지은 한자견문록에 의하면
예전에는 해가 바뀌고 봄 준비를 하면서 화신풍으로 기후를 짐작했다고 한다.
초봄부터 초여름까지 닷새에 한 번씩, 꼬박 24번을 부는 꽃바람이 화신풍이라고 한다.
그런데 화신풍은 가장 추운 때인 소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이때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기 때문이란다.
가장 추운 소한에 겨울을 털어버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게도 봄처녀였던 시절이 있었다.
아버지께서 손수 엮어주신 대바구니 옆에 끼고 냉이를 캐던 그때 나는 봄처녀였다.
냉이는 겨울에 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추운 겨울에 봄처녀였던 것이다.
그리고 혹독한 계절에 발을 담근 뿌리쪽으로 내려갈수록 냉이의 향은 더 진했다.

지금 주어진 삶이 비록 아프고 녹록하지 못하다 해도 행복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또 누구나 좀 더 나은 삶으로 역전시킬 수도 있다.
진흙탕 속에서도 연꽃은 피어나고 매서운 계절에도 매화꽃은 눈을 뜨지 않던가.

이제 곧 우리를 괴롭히던 코로나19도 곧 물러날 것이다.

왜냐하면 봄은 반드시 오고야 마니까.

김규나 기자 kna7789@daum.net

<저작권자 © 연합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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